결론은

앞으로 서울 주택시장에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매매가격에는 하방 압력이 커지고, 전세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으며, 월세는 오르는 것.

처음 들으면 모순처럼 보입니다. 집값이 내리는데 월세가 어떻게 오를 수 있을까요?

답은 두 가격의 성격이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 집값은 자산의 가격입니다. 금리, 대출 가능액,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민감합니다.
  • 월세는 그 집을 사용하는 가격입니다. 실제 거주하려는 사람의 수와 빌릴 수 있는 집의 수에 더 민감합니다.

집을 사려는 수요는 약해져도 서울에 살아야 하는 수요가 그대로라면, 집값과 월세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 서울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국부동산원의 2026년 7월 조사에서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1.09% 올랐고, KB의 8월 조사에서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14% 상승했습니다. 이 글은 현재의 하락을 선언하는 글이 아니라, 앞으로 가격을 움직이는 구조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살펴보는 글입니다.

1. 서울의 특이점. 사는 부담과 빌리는 부담의 차이가 크다

서울 주택은 사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집값에 비하면 임대료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ULI의 2025년 아시아태평양 주거부담 보고서는 서울의 중위 주택가격을 중위 가구 연소득의 14.5배, 중위 월세를 월 가구소득의 약 24%로 계산했습니다.

다른 자료도 비슷한 특징을 보여줍니다. 2026년 8월 Numbeo의 서울 지표는 가격소득비율을 약 29.2배, 도심 주택의 총임대수익률을 약 0.85%로 제시합니다.

두 자료의 숫자가 다른 이유는 산식과 표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90㎡ 주택 등을 가정하므로, 29.2배를 서울 가구의 실제 평균 구매연수로 읽으면 안 됩니다. 도시를 같은 방식으로 비교하는 참고 지표에 가까움)

그래도 공통된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서울은 단순히 월세가 싸다는 시장이 아니라, 매매가격에 비해 월세가 유난히 낮은 시장입니다.

그렇다면 집주인은 왜 임대수익률이 낮은 집을 샀을까요?

2. 전세는 월세가 아니라 ‘보증금 레버리지’이기도 했다

전세는 세입자에게는 주거 계약이지만, 집주인에게는 큰 보증금을 활용할 수 있는 금융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격 10억원, 전세보증금 6억원인 집을 산다고 해보겠습니다.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승계하면 매수자가 당장 마련할 자기자본은 4억원까지 줄어듭니다.

10억원짜리 집을 4억원의 자기자본으로 보유하는 효과가 생기는 겁니다.

국토연구원은 이런 방식을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액으로 집을 취득하는 ‘전세 레버리지 매입’, 즉 갭투자로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