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0원, 지속 가능하진 않지만 가능하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870원까지 내려가는 일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엔화가 계속 약할 것”이라는 한 문장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전망은 아닙니다.
원·엔 환율은 원화와 엔화의 상대적인 힘으로 결정됩니다. 원화가 달러 대비 강해지거나, 엔화가 달러 대비 더 약해지거나, 두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면 100엔 가격이 내려갑니다.
7월 24일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종가 1,466원과 일본은행이 발표한 오후 5시 달러·엔 중간값 약 163엔을 단순 교차 계산하면 100엔당 약 895원입니다. 두 환율의 기준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거래가격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현재가 890원대라는 판단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890원을 기준으로 보면 870원까지는 20원, 약 2.25%입니다. 공식 자료를 조합한 895원을 기준으로 잡으면 약 2.85%입니다. 출발점을 어느 시각으로 잡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환율시장에서 불가능한 거리는 아닙니다.
870원은 ‘상상하기 어려운 극단값’이 아니라 몇 가지 조건이 맞으면 시험할 수 있는 다음 하단입니다. 다만 도달 가능성과 그 아래 체류 가능성은 반드시 나눠 봐야 합니다.
1. 원·엔 환율은 왜 엔화만 봐서는 안 될까
환율 화면에 표시되는 원·엔은 한국과 일본이 직접 거래해서 정하는 하나의 독립된 가격이 아닙니다. 대부분 원·달러와 달러·엔을 연결한 교차환율입니다.
원·엔 환율 = 원·달러 환율 ÷ 달러·엔 환율 × 100
이 식에서 원·달러는 분자, 달러·엔은 분모입니다.
- 원·달러가 내려가면: 원화가 강해지고 100엔 가격은 내려갑니다.
- 원·달러가 올라가면: 원화가 약해지고 100엔 가격은 올라갑니다.
- 달러·엔이 올라가면: 엔화가 약해지고 100엔 가격은 내려갑니다.
- 달러·엔이 내려가면: 엔화가 강해지고 100엔 가격은 올라갑니다.

핵심은,
원화가 강해지거나 엔화가 약해지면 100엔 가격은 내려갑니다. 두 움직임이 함께 나오면 하락 속도가 빨라집니다.
따라서 “일본 금리가 낮으니 엔화가 떨어진다”, 같은 날 원화도 엔화보다 더 약해진다면 원·엔 환율은 오히려 올라갈 수 있습니다.
2. 870원은 어떤 조합에서 만들어질까
현재 교차값 약 895원에서 870원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경로 A. 원화만 강해지는 경우
달러·엔이 163엔에 그대로 머문다고 가정하면 원·달러가 약 1,425원까지 내려가야 870원에 닿습니다. 현재보다 원화 가치가 약 2.9% 회복되는 경로입니다.
경로 B. 엔화만 더 약해지는 경우
원·달러가 1,466원에 그대로 머문다면 달러·엔이 약 168엔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엔화가 달러 대비 약 2.9% 더 약해지는 경로입니다.
경로 C. 두 환율이 조금씩 움직이는 경우
현실적으로는 한쪽이 3%를 모두 움직이기보다 두 환율이 나눠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 원·달러 1,435원 + 달러·엔 165엔 = 약 869원
- 원·달러 1,450원 + 달러·엔 166엔 = 약 873원
- 원·달러 1,466원 + 달러·엔 168엔 = 약 873원

이 표가 보여주는 것은 “달러·엔이 반드시 170엔을 넘어야만 870원이 된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원화가 조금 회복되면 달러·엔 165~166엔에서도 870원대가 만들어집니다.
870원 시나리오의 핵심은 큰 한 방이 아니라 원화 회복과 엔화 약세가 1~2%씩 겹치는 조합입니다.
3. 2023년에는 실제로 어떻게 850원대까지 내려갔을까
과거에 미이 겪었습니다.
2023년 11월 3일 원·엔 재정환율은 879원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긴축 종료 기대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에 20원 내려 1,322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위험자산 선호가 회복되고 국내 증시로 자금이 들어오면서 원화가 빠르게 강해졌습니다.
반면 일본은행의 긴축 신호는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달러·엔은 150엔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엔화는 약했습니다.
11월 16일에는 원·달러가 1,296원까지 내려간 반면 달러·엔은 151엔대로 올라갔고, 원·엔 환율은 856원까지 떨어졌습니다.
![2023년 원·엔 환율 870원대와 850원대 사례 비교](https://firebasestorage.googleapis.com/v0/b/cashflow-magazine.firebasestorage.